넷플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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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를 보는 날이면 만리동에 가야 한다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한 어느 토요일 저녁. 하얀 가게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가게 외양에 망설이다가 이내 용기를 내어 하나, 둘 유리문을 열고 물어봅니다. 


"여기가… 홈쑈핑 부동산 맞나요?"


어색한 침묵을 깨고 어둠 속에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 집과 취향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진짜' 내가 원하는 공간에 대해 알기 위해 바로 여기, 홈쑈핑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넷플연가*의 커뮤니티 모임 중 하나인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를 보는 날이면 만리동에 가야 한다** 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넷플연가: 넷플릭스를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감하는 넷플릭스 콘텐츠에 대해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모임을 동네 곳곳에서 진행 중.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이하 키치죠지)>를 보는 날이면 만리동에 가야 한다: 만화 원작의 일본 드라마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를 보고 만리동에 위치한 홈쑈핑에서 내가 살고 싶은 동네와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넷플연가 모임. 

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은 결국,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과 닿아있다고, 드라마 <키치죠지>와 모임장이자 홈쑈핑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전명희 대표는 말합니다. 집을 고르는 일이 일상의 설렘으로 다가오고 내가 살고 싶은 삶과 한 발짝 가까워지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키치죠지를 보는 날이면 만리동을 가야 한다> 모임의 목적인데요. 4회에 걸친 만남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눔으로써 각자 자신의 취향과 삶 속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던 현장을 2편으로 나누어 전해드립니다. 
<키치죠지를 보는 날이면 만리동에 가야 한다> 회차 주제

1회: 어떤 동네에 살고 싶으세요?

2회: 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 - 기억의 집

3회: 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 - 현재 사는 집

4회: 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 - 살아보고 싶은 집

 “어떤 동네를 보려거든, 그 동네의 크림빵을 먹어봐야 해” - 드라마 <키치죠지>  中


누군가의 도움 없이 밀레니엄 세대가 내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상상 속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집을 빌려서 사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죠. 그러니 이제 우리는 집을 잘 사고파는 방법이 아닌, 잘 빌리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키치죠지를 보는 날이면 만리동에 가야 한다> 모임에서는 그 고민을 동네에서부터 풀어나갑니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3가지 차원의 동네(우리 집이 있는 동네/일하는 동네/내켜서 찾아가는 동네)와 집을 구할 때 동네를 고민하는 이유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습니다.


“드라마 <키치죠지> 작가는 여성들이 집을 구하는 경우, 역에서 집까지의 동선에 어떤 음식점과 잡화점, 슈퍼마켓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집의 개념을 동네로까지 확장하는 거죠.”


“그런 것 같아요. 제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원하는 집을 가질 수는 없으니 대신 집 앞을 (동네를) 가지려고 해요. 좋은 동네와 좋은 친구들요. 나와 결이 맞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동네를 고를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눴습니다. 


“저에겐 동네의 바이브가 가장 중요해요. 맹모삼천지교라고 확실히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거든요. 제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런 분위기를 뿜어내는 동네에서 사는 게 좋아요. 예를 들면 망원동처럼, 커뮤니티가 많이 형성된 동네요.”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하기 좋은 곳이라든지,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관이 근처에 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직장과 적당한 거리도 동네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실제로 출퇴근 시간이 짧을수록 행복지수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더라고요.”


참가자들이 살았던 동네 경험을 바탕으로 연희동, 망원동, 후암동, 증산동, 해방촌 등 살기 좋은 동네를 추천하고 그 동네의 매력을 서로에게 어필했습니다. 자신이 동네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드라마<키치죠지>처럼, 모임 장소인 만리동~중림동 일대를 산책하며 첫 번째 모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 삶에는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의 집, 현재 사는 집, 살아보고 싶은 꿈속의 집이 있다. 이 세 가지 집이 겹친 곳에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 건축가 故 정기용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이야기하기 전에 ‘기억의 집’을 떠올림으로써 ‘집’이란 공간에서 즐거웠던 추억을 소환해 보는 것으로 두 번째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유년시절 살았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먼저 A4에 각자 기억을 떠올려 옛날 살았던 집의 구조를 그려보고, 그 공간에서 좋았던 기억들 2~3가지와 현재의 내가 기억의 집으로부터 가져오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대학 가기 전까지 쭉 한 아파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5층짜리 아파트에 살았는데 제가 살던 1동 바로 뒤편에 작은 언덕을 가진 녹지 공간이 있었어요. 겨울에는 그 언덕에서 친구들과 썰매도 타고, 가끔 주말 저녁이면 2층이었던 저희 집에서 전선을 끌어다 언덕에서 동네 사람들과 고기를 구워 먹고 그랬어요. 그리고 옆 동, 앞 동 사람들끼리 다 알아서 앞마당에 가서 누구야 하고 이름만 부르면 친구가 나오고. 아파트지만 아파트가 아닌 주거 형태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20층이 넘는 아파트가 대부분인데, 5층짜리 아파트가 많아지면 예전처럼 이웃과의 교류가 많아지지 않을까요? 과거의 기억 중에 다시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예전과 같은 이웃과의 관계를 갖고 오고 싶어요.”


제 유년시절의 집은 아버지가 지은 집이에요. 벽돌을 쌓아올리는 것에서부터 도배, 가구까지 모두 직접 하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가 그 젊은 나이에 어떻게 직접 집을 지을 생각을 하셨는지 경이롭게 느껴져요. 집 안의 방을 세를 줘서 이웃이 내 집 안에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집 앞에 오일장이 열리기도 하고. 아버지가 손님을 데려와서 마당에서 돗자리 깔고 화투를 치시기도 하고. 어른들이 술 마시고 용돈 주시면 좋아하고. 어릴 땐 근처 1분 거리에 있는 놀이터에서 강아지랑 주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부모님이 만화방을 운영하셔서 만화방에 딸린 집에서 살면서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 옥탑에서 살면서 경험했던 아기자기한 기억, 관사를 옮겨 다니며 살아서 부대 전체가 집이었던 기억, 다락방에 숨겨진 보물을 구경하는 재미 등 다양한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과거 기억의 집을 다시 가본 적이 있는지 질문도 오고 갔습니다. 


“전 거의 평생을 한군데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6살부터 20대까지. 대학교 때 서울로 왔어요. 서울에서 20대 이후의 제 삶이 시작된건데 광주로 돌아가면 나의 과거가 그대로 있어요. 대부분의 친구들도 광주에 그대로 살고 있고 약국, 치과, 어릴 적 있었던 간호사 선생님, 경비 아저씨도 그대로 계시고. 자식들이 어떻게 되었다 등 그분들의 소식들도 계속 전해지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와는 반대로 전 그대로 남겨진 곳에서 혼자만 나온거죠.


“저는 예전 기억의 그 집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종종 하는데요. 얼마 전 아빠랑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가 과거 살던 집을 혼자 찾아가서 그 터를 한동안 바라보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년시절의 공간은 모두에게 그리운 기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고 나서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초라하고 작고 낡아서 놀랐어요. 어린 시절엔 크고 찬란한 기억이었는데... 그래서 지금 어릴 적 살았던 공간 근처에서 사는데 찾아가보고 싶진 않아요. 실망할까봐.

기억의 집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덧 동네, 커뮤니티, 주거로까지 뻗어나갔습니다. 2회차 모임에서 기억의 집에 대해 떠올렸던 건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정서, 감성, 성향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한 활동이었습니다. 추억 속에는 그런 단서들이 녹아 있으니까요. 유년시절 기억 속에서 내가 느꼈던 집의 좋은 기억은 어떤 경험 때문이었는지 곰곰이 되새겨보며, 현재의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찾는 실마리가 되길 참가자들은 바래봅니다. 


남은 두 번의 모임을 기대하며, 문득 모임의 목적을 다시 떠올립니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생각해보고 그것이 생각보다 어렵지않고 설레는 일이란 것!




이나라 / 사진 홈쑈핑